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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늘

로맨틱 솔저스

로맨틱 솔저스. 2011. ⓒ 임안나


이 사진은 달콤하고 유혹적인 크림이 혀끝에서 감도는 듯한 촉감을 느끼게 한다. 핑크와 청록의 조합은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화려한 성처럼 우뚝 선 케이크, 그러나 비스듬히 기운 것이 어딘가 불안한 모습이다. 시선을 바닥으로 돌리면 핑크빛 꼬마 병정들과 탱크, 기관총이 진격해 오는 것 같기도 하고 놀이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무기는 추상적일 수 있다. 아마 게임에서나 다뤄봤을 것이다. 그래서 전투는 ‘해볼 만하고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많은 영화가 세계 1·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다루지만, 관객은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기에 동족이 동족을 죽이는 상처를 안은 채 살아왔지만, 권력은 현실로 존재하는 전쟁에 대한 공포를 그동안 정쟁에 이용해 왔으므로 국민들은 오히려 무감각해졌다.


임안나 작가는 그동안 무감각해진 전쟁의 공포를 학습하는 작업을 해왔다. 달콤한 핑크색 케이크에 오륜기라도 되는 양 다섯 개의 촛불이 축제의 분위기를 낸다. 작고 예쁜 분홍색 과자 같아서 병사 하나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 맛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알레고리 형식 안에서 작가의 상상력과 예술적 감각이 두드러져 보인다. 사진은 평상시에 눈여겨보지 못했던 불안을 인식하게 한다. 미니어처 탱크와 병사의 모습 뒤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모든 나쁜 요소들이 감추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남북문제, 강대국들의 패권 대결 등.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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