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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션 플랫폼

리암 길릭, 디스커션 벤치 플랫폼, 2010, 설치


“내 작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미술 외적인 것들이다. 나는 예술에 대해서 그다지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나는 바깥을 내다보면서 저 버스에는 왜 저런 색깔을 칠했을까, 저 건물을 왜 저런 색일까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리암 길릭이 예술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필연적이고 절대적인 종착점은 없다. 예술이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별로 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일은 예술이라는 공간을 통해 무엇인가 일어날 법하게 만드는 정도다. 그는 건축 환경의 이념적 규범과 이것이 인간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법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감을 작업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이 문제들에 대처하는 방법들은 종종 매우 다른 시각을 통해 들여다봤을 때 잘 드러난다고 하니, 그 ‘긴장감’이 존재하는 공간, 사람들의 행동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미치는 작가의 ‘공간’ 안에 들어선 사람들은 그곳에서 전에 없던 질문을 하거나,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새로운 배경과 출발점을 필요로 한다.


작가는 전시장 안에 새로운 공간 구조를 만들었다. 이 공간은 ‘토론의 플랫폼’으로 쓰인다. 그는 d.i.y가 가능한,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일상적인 재료들로 이 구조를 완성했다. 1996년 처음 시작한 이 ‘디스커션 플랫폼’은 벽에 고정하거나 기둥에 지지한 알루미늄 프레임과 플렉시 글라스로 구조를 짠 형태에서, 대형 플랫폼을 천장에 매다는 방식으로 변해갔다. 이후 경우에 따라 토론장에는 의자가 놓이기도 한다. 장소 역시, 전시장뿐 아니라, 인근 주차장, 공원까지로 뻗어 나갔다.


건물의 구조적 개념, 공간의 질서를 작업 안으로 끌고 들어와 그가 펼쳐 놓은 ‘토론을 위한 플랫폼’에 자리 잡은 관객들은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이 곳에서 통찰을 나누고 심미적인 세계를 교환한다. 굳이 결론을 향해 질주하지 않아도 되는 플랫폼이다.


<김지연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