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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volume ⓒ이민지


물기 먹은 바닥에서 팔과 다리가 돌과 물병에 붙잡힌 비닐 우의는 사람의 허물 같다. 바람이 불자 투명한 허물은 진짜 사람이 숨을 내쉬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신기하게도 그 어떤 무생물도 숨을 쉬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숨을 멈추면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숨이 있고 없고, 이 얄팍한 차이로 삶과 죽음의 아득한 간격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판가름된다는 것은 꽤 아이러니하다. 사진에서 살아 있는 것이 아니지만 숨을 쉬는 몸뚱이는 역설적으로 살아 있었지만 숨을 멈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이민지의 ‘라이트 볼륨’ 연작에서 작가의 시선은 숨이 있고 없고, 그 사이와 차이에 머문다. 그 눈길은 마치 ‘혹시 숨을 쉬지 않는 걸까’ 싶어 코 주위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는 마음과 닮았다. 문득 너무나 가까워진 죽음 앞에서 극도의 긴장감과 조심스러움이 교차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눈길과 마음으로 포착한 할머니의 임종 전후의 풍경과 사물은 물을 잔뜩 먹은 스펀지처럼 막막한 불안감과 투명한 체념이 묻어 있다. 막막함과 투명함 사이, 숨이 있고 없고의 차이, 그 간격의 무게는 과연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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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