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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어디든, 세상 밖 어디든 anywhere out of the world, 2013, 팔레 드 도쿄 설치 장면


살면서,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맺어온 관계망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까. 사람들은 비단 인간과의 관계뿐 아니라 인공물, 자연환경 등 세상 안팎에 있는 많은 것들과 생각보다 촘촘하게 얽혀 있다. 관계 밖에서의 생존법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는 일은 ‘순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순리에 순응하며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소통 능력이다.

 

1964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필립 파레노는 전시장 안에 소통을 유도하는 장치들을 풀어 놓는다.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작업을 펼치는 그는 조명, 음향, 퍼포먼스, 영상, 사진,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하여 공간과 시간을 공감각적으로 구성한다. 철학자, 저술가, 아티스트 등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 역시 그에게는 중요한 작업 방식이다. 자신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으로 외부와의 소통 채널을 다변화한다. 그는 전시가 작동하는 시공간 자체를 의미 있는 매체로 활용하여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작가의 의도를 전시 안에서 선명하게 규정하기보다는, 관객이 주도적으로 전시의 시공간을 만나면서 의미를 생성해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식의 열린 구조 안에서 탄생할 수 있는 의미는 무한대에 가깝다.

 

작가는 관객 스스로 체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과 관계가 예술 형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관찰한다. 이런 작업 방식을 통해 작가는 개인이 사회적 맥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다가간다. 동시에, 관계망 안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온갖 ‘경계’를 주시하면서, 세상 밖 어딘가로 탈출하지 않는 한 벗어날 수 없는 관계의 굴레를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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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