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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이동갈비

김승구, 폭포갈비, 2012

이동갈비라는 말, 작업의 제목치고는 좀 웃긴다. 그렇다고 경기도 이동면에서 유래했다는 갈빗집만을 소개하지도 않는다. 대신 갈비를 핑계 삼아 ‘이동’을 요구하는 우리 시대의 여가 활용법을 다룬다. 그런데 갈비를 먹기 위해 찾아가는 이 장소들의 구조가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일단 관광버스 수십대가 손님을 싣고 와도 끄떡없을 넓은 주차장과 식당을 갖췄다. 단체부터 연인까지 다양한 취향을 위해, 노래가 가능한 별실이나 오붓한 정자 같은 특화된 공간 구성도 필수다. 여기에 맛보다 더 중요한 핵심은 바로 식탁까지 경치를 배달해준다는 점이다. 실내에 굵은 나무가 통째로 자라는 것은 기본이고, 식당 밖 풍경이 너무 밋밋하다면 수십미터짜리 인공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밥집들은 거의가 도심 밖에 있다. 외곽이라지만 당일치기가 가능하도록 너무 멀리 있어도 안된다. 가까이는 있지만 일상을 탈출했다는 기분을 만끽하도록 자연이 좀 멋들어진 곳이라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간과 예산과 심리적 기대치를 모두 만족시키는 완벽한 이상향이어야 하는데, 사실 그런 곳은 세상에 별로 없다. 없는 것을 있게 하려다 보니 뭔가 조금씩 어색한 것투성이다. 김승구가 관조하듯 찍은 사진 속에서는 이런 어정쩡함이 훨씬 투명하게 보인다. 물레방아와 서양식 그네와 놀이동산이 있는 국적 불명의 마당, 멋 부리려다 오히려 촌스러워진 인테리어까지 그의 이동 갈빗집 풍경은 사실 구석구석 튀지 못해 안달이다.

모름지기 여가란 생존을 위한 모든 몸놀림에서 자유로운 시간일 텐데, 모처럼 쉬는 날조차도 사람들은 차를 몰고 밥을 먹으러 와서까지 하나라도 더 건져가려고 애쓴다. 그래서 휴일 많은 오월이 더 피곤한 것인지도 모른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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