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최예선의 오래된 풍경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래 너른 들판에 비행기가 떴다- 제주 알뜨르 비행장 제주도. 어찌나 모든 것이 아름다운 지, 갈대마저도 비단같아보였습니다. 4월부터 지역 생협에 가입해서 그곳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생산자가 명시된 과일과 육류, 유해 성분이 가급적 들어가지 않은 가공식품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집을 찾아옵니다. 가격도 크게 부담 없고 믿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 같아 장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지난번에 감자를 1킬로그램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알이 작고 흠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서 고민했었답니다. 생산자를 찾아보니 제주도 대정읍 상모리 농가의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맛있다는 제주 햇감자로구나, 생각한 것과 동시에 상모리라는 지명에서 다른 기억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상모리는 작년 2월 매.. 더보기 김제평야의 근대문화재 둘러보기 KTX 매거진 팀과 함께 한 김제, 정읍 근대문화유산답사기입니다. 오랜만에 일행이 많아서 즐거웠습니다. 전북의 평야를 무조건 호남평야라고 하는 줄 알았더니 평야에도 이름이 다 붙어있습니다. 동진강 하류에 있는 넓은 평야가 김제평야이며 만경강 하루에 있는 것이 만경평야라고 합니다. 이 둘을 합쳐서 김만경평야, 혹은 호남평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이며, 가장 중요한 곡창지대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오사카의 상인집단들이 바로 이 곡창지대에 눈독을 들여 땅을 매입하고 소작을 부치고 대농장을 일궜으며 그곳에서 나온 미곡들을 바리바리 일본으로 챙겨갔다는 것이지요. 정읍시 신태인읍 신태인 도정공장 창고 신태인 도정 공장은 2007년 갑작스럽게 철거되고 지금은 빈터만 남아있습니다. 하.. 더보기 다시 가고팠던 곳, 겨울, 화호리 구마모토 화호 농장 미곡창고. 세월에 몸을 맡긴 채 숨을 거둘 날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라는 책을 펴낸 후, 근대문화유산 기행은 우리 부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 후 다시 가본 곳도 있고 새로이 가보게 된 곳도 여럿 있었어요. 그 중에서 화호리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첫손에 꼽히던 곳입니다. 화호리라는 지명을 들어보셨나요? 전라북도 여러 소읍 중 하나인 이곳은 번듯한 건물도 화려한 거리도 없는 고요한 마을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문화재청에 소개된 일제강점기 가옥의 주소만 달랑 들고 찾아갔던 화호리. 이곳에 도착했을 때, 묘한 예감을 솔솔 밀려오더군요. 문화재로 등록된 것도 아니고 귀에 익숙한 지명도 아니지만 마을 입구에 서있는 거대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창고 건물이었습.. 더보기 군산 기행 두 번째- 크고 높은 집, 히로쓰 저택 옛 군산해관. 군산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입니다. 1920년대의 군산 내항과 그 주변 풍경. 빼곡히 들어찬 가옥과 건물들이 지금보다 더 활기차보입니다 근대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우리나라 곳곳의 크고 작은 도시들, 소읍을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한번도 발걸음 하지 않았던 도시들도 찾아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 도시만의 독특한 풍경을 발견하고 감탄한 적도 많았습니다. 군산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군산은 볼거리가 참 많은 곳입니다. 사대천왕이 있다 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맛있는 짬뽕집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 있다고도 합니다. 설경이 지나치게 아름다운 거대한 호수도 있고요. 그리고 구도심의 오래된 가옥들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소위 일제시대의 가옥들.. 더보기 군산에서 만난 근대의 풍경- 군산 내항 근대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우리나라 곳곳의 크고 작은 도시들, 소읍을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한번도 발걸음 하지 않았던 도시들도 찾아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 도시만의 독특한 풍경을 발견하고 감탄한 적도 많았습니다. 군산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군산은 볼거리가 참 많은 곳입니다. 사대천왕이 있다 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맛있는 짬뽕집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 있다고도 합니다. 설경이 지나치게 아름다운 거대한 호수도 있고요. 그리고 구도심의 오래된 가옥들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소위 일제시대의 가옥들이 즐비한 신흥동, 월명동의 거리는 말 그대로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풍기죠. 목조가옥, 독특한 지붕과 창문, 한옥도 양옥도 아닌 건물이.. 더보기 옛날 은행에 갔다-인천 개항 박물관(2) 1층 홀은 높은 천장에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어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고급 상점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짙은 목재 바닥과 어울리게 전시대도 유리와 목재로 꾸몄습니다. 붉은 커튼이 내려져 있어 내부는 어둡지만 전시대에는 스팟 조명이 있어 관람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전시물은 인천이 개항한 시기인 1883년 인천을 통해 처음 소개된 근대 문물들을 보여줍니다. 두 개의 이미지가 겹쳐져 입체적으로 보이는 사진기랍니다 전신 업무를 볼 때 사용한 기구들이지요. 전보에 썼던 내용입니다. 경인선 기관차와 기차표 갑문식 도크에 대한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인천바다는 수심이 얕고 뻘이 많아 큰 배가 드나들지 못했지요. 일제강점기에 갑문식 도크를 세워 물을 가둬서 배가 드나드는 항구를 만든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인.. 더보기 옛날 은행에 갔다- 인천 개항 박물관(1) 올해가 가기 전에 내셔널 트러스트의 후원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한 달에 만원씩 후원합니다. 큰 돈도 아닌데, 여태 망설이고 있었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이런 단체의 중요성이야 두 말할 것도 없고, 그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행동이 생각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자연과 문화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훼손 위기에 있는 자연물이나 문화 현장을 회원들이 후원금으로 매입하여 자산으로 만들고 그것을 직접 관리하는 단체입니다. 올 봄에 근대 건축 기행에 대한 책을 쓰면서 내셔널 트러스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친 김에 책 수익금의 일부를 근대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써달라고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부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12월이 되자, 불현듯, 내 이름으로 지속.. 더보기 짬뽕과 인천 나들이-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장(2) 1890년에 세워진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 나가사키에 근거를 둔 은행이지요. 인천이 개항할 무렵, 이곳에 있었던 독특한 건축물들을 모형과 자료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18은행까지 가면 이 여행의 절반은 둘러본 셈이 되지요. 18은행은 인천개항장 건축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천이 개항하던 시절, 청국인, 일본인, 서양인이 한 군데서 각각의 터를 잡고 살던 모습이나,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을 모형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죠. 지금 남아있는 건물 중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제물포 구락부, 일본 제일은행 인천지점, 인천 답동 성당, 인천우체국 등입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축물도 있어요. 그래서 인천 중구를 거닐면 백 년 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지요. 전시장을 둘러보면 자료가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더보기 짬뽕과 인천 나들이- 인천 개항장 건축 전시장(1) 그날은 기분이 울적해서 짬뽕이나 먹어볼까 하여 차를 움직였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꽤나 맛있는 짜장면집이 있지만 사람이란 자고로 가던 곳만 꼭 고집하는 버릇이 있기 마련이라, 늘 가던 향원으로 향했지요. 향원은 차이나타운과는 조금 떨어진 신포시장 입구에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신포동에는 거대한 나이트클럽이 어젯밤 과음을 호소하는 듯 거무스레한 몸집을 뒤틀고 있더군요. 거긴 늘 그렇지요. 항구 근처의 어수선한 분위기, 뱃사람들이나 뱃사람의 후예들이 하룻밤 놀다 갈 목적으로 들어가는 대형 클럽, 그리고 낡아서 손만 대면 먼지가 주룩 흐를 것 같은 오래된 건물들. 1924년에 지어진 인천우체국입니다. 이제 이런 건물을 보는 게 새롭게 느껴지는 거죠. 짬뽕과 탕수육을 기다리며 창 밖을 보니 오, 인천우체국.. 더보기 붉은 벽돌에 촘촘하게 담긴 행복 - 풍수원 성당 가끔 성당에 간다. 기도를 드린다기 보다는 성당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위해서다. 성당 주변에는 작고 소박하더라도 나무 그늘이 있고 걸터앉을 만한 자리도 있다. 마음을 한없이 가라앉혀주는 성모상, 넉넉한 품이 느껴지는 아름드리 나무도 만나게 된다. 마음 속에서 아우성치는 소리도 잦아든다. 사람의 소리는 모두 묵음이 되고 자연의 소리만 남아있는 곳. 성당을 거닐 때면 평범하지 않은 소리가 들려온다. 내 발 아래에서 마른 흙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머리카락을 헝클고 도망가는 바람 소리, 나뭇잎에 살짝 얹힌 풀벌레의 가냘픈 움직임. 그런 소리들. 날 좋은 가을날 풍수원 성당에 갔다. 강릉에 1박2일 여행을 떠나던 날, 자동차를 달려 여정을 중간쯤 되는 곳에 풍수원 성당이 있었다. 점심식사도 할 겸 잠시 쉬어간다고 .. 더보기 위대한 사진- <비주얼 어쿠스틱스>와 줄리어스 슐만 지난 주에 본 다큐멘터리 영화 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건축사협회에서 주최한 제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렸다. 는 그 개막작으로 선택된 작품이다. 건축영화제라는 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건축물이나 건축가를 주제로 하지만 건물 하나하나, 건축가 한 명 한 명을 스터디하듯이 보여주는 영화는 없었다. 건물을 매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 건물이 있기에 존재하는 수많은 풍경들을 가감 없이 담으면서 그 속에서 건물의 역할, 건축가의 역할을 더듬어보는 작품들이 리스트에 가득했다. 예를 들면, 난해한 현대예술품처럼 생긴 건물을 배경으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츠맨이나, 혹은 벽에 창문을 내겠다며 소음을 일으켜 나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는 이웃의 이야기처럼... 더보기 덕수궁 중명전-그날 중명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중명전. 덕수궁에 속해있는 궁궐 건물이다. 한자 명자는 날일(日)이 아니라 눈 목(目)자를 썼다. 더 밝게 보겠다는 의지가 들어간 이름이라고 한다. 길고긴 복원의 시간이 끝나고 중명전이 문을 열였다. 유난히 무덥던 올해 여름이 채 가시기도 전인 8월 말의 일이었다. 나는 중명전이 문을 열기를 꽤 고대했던 사람이다. 를 쓸 때 꼭 보여주고픈 건물이었건만,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라 먼 발치에서 사진만 찍었던 그 건물. 중명전. 중명전은 대한제국 시기의 중요한 역사를 목격한 장소다. 1899년 왕실 도서관으로 문을 연 중명전은, 1904년 원인 모를 화재가 나서 덕수궁의 전각 대부분을 태웠을 때부터 정치 무대의 중심에 섰다. 온통 서양식으로 꾸며진 중명전에서 외교관을 맞아들이며 임금과 그의 측근들은 나라의 앞날.. 더보기 일타홍의 노래를 들어라 -인천 아트 플랫폼에서 근대 가요를 듣다 “오빠는 풍각쟁이야~”라는 노래가 있다. 여가수의 새침한 목소리 속에 앙탈과 애교가 가득 묻어있다. 가사를 보면 이렇다. “오빠는 풍각쟁이야 뭐 오빠는 심술쟁이야 뭐 난 몰라잉 난 몰라잉 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건 난 몰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구 오이지 콩나물이면 나한테 주구 오빠는 욕심쟁이 오빠는 심술쟁이 오빠는 깍쟁이야 오빠는 트집쟁이야 뭐 오빠는 심술쟁이야 뭐 난 시려잉, 난 시려잉 내 편지 남 몰래 보는 것 난 시려 양취자 구경갈 땐 혼자만 가구 심부름 시킬 때면 엄벙띵허구 오빠는 핑계쟁이 오빠는 안달쟁이 오빠는 트집쟁이야 오빠는 주정뱅이야 뭐 오빠는 모주꾼이야 뭐 난 몰라잉 난 몰라잉 밤 늦게 술취해 오는 것 난 시려 날마다 회사에선 지각만 하구 월급만 안 오른다구 짜증만 내구 오빠는 짜증.. 더보기 글쓰는 이에 대한 짧은 소개 최예선(1974~) 작가. 카피라이터, 에디터. 신문방송학과를 1997년에 졸업하고 1999년부터 건축전문지 와 문화교양지 등 잡지사 에디터로 일했다. 2003년 프랑스로 건너가 리옹 제2대학 미술사학과를 마쳤다. 유학 시절, 유럽 도처의 문화재와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옛 풍경 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도 우리의 옛 풍경을 찾아 불쑥 길을 떠나곤 한다. 연남동의 작은 작업실에서 미술, 건축, 여행, 문화 등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작업실의 이름은 '달콤한 작업실'. 홍차를 마시며 근대 문화 유산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지은 책으로 가 있다. e-mail: lena_choi@naver.com blog: 마담고치와 무슈봉..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