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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원의 살랑살랑 미술산책/작가와 작업실

소설가 박완서와 나목  22일(토요일) 저녁, 뉴욕에서 출장 온 친구를 만나러 시내에 나갔다. 마침 세일기간이라 백화점 주변 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이다. 참고로 친구는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라는 곳에서 다양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www.koreasociety.org) 보통은 전시 준비 차 1년에 한번 정도 혼자 한국을 방문하곤 하는데, 이번엔 다른 직원과 함께였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는 젊은 직원은 이번이 첫 한국방문이라고. 건축 학도답게 한옥을 보고싶어 해서 아쉬운 대로 한옥으로 된 식당에 가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사 후 행선지는 인사동. 이젠 고궁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된 한옥 구경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구나 인사동 역시 '전통문화의 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온갖 종류의 짝퉁이 넘쳐.. 더보기
홍수연 _ 미지의 공간에 대한 탐닉 자꾸만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이 있다. 좀처럼 발걸음을 뗄 수 없고 볼수록 한없이 빨려들어 갈 것만 같은, 그런 그림 말이다. 홍수연의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캔버스 속으로 조용히 흡수되는 것 같은,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홍수연을 알게된 건 대략 2002∼2003년이었던 듯하다. 뉴욕에 사는 한 친구가 "홍수연 씨 알지?" "홍수연 씨 있잖아…"라는 식으로 자꾸 말을 꺼내서 처음 이름을 들었고, 이미 알고 있는 작가라고 착각하기도 했다.(홍지연, 홍지윤, 홍주희 등 비슷한 이름의 작가들이 꽤 있다.) 그러다 친구가 한국에 올 때마다 함께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대개 미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주로 건강유지법 -_-;;) 다소 '아줌마스러운' 관계로 굳어.. 더보기
빛이 머무는 곳, 오지호·오승윤 부자의 아뜰리에 퀴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가의 작업실은 어디일까? · · · · · · · · · 정답은 바로 여기.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275번지에 있는 고(故) 오지호(1905∼1982) 화백의 작업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고(故) 오지호·오승윤 부자의 작업실이다. 왜냐하면 이 작업실은 1953년 오지호 화백이 지었지만 아들 오승윤(1939∼2006)이 물려받아 줄곧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젤 주변에는 오지호·오승윤 부자가 쓰던 색색의 유화물감이 오랜 세월의 더께처럼 남아있다. 파스텔 빛 물감은 아버지 오지호, 조금 진한 색은 아들 오승윤의 것이란다. 사실, 근대 이후 수많은 미술가들이 작업실을 사용했지만, 그들의 사후(死後) 작업실이 온전히 보존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 더보기
최우람_기계생명체의 발견자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일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것은. 작가의 작업실은 늘 알 수 없는 비밀에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저 방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당장 문을 밀고 들어가 창작의 비밀을 낱낱이 밝혀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럴 수 없다면 그냥 한번 둘러보기라도 했으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이 탄생되는 건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런 까닭에 처음 미술전문지 기자가 됐을 때 제일 신이 났던 것이 바로 취재를 빙자한 작가의 작업실 탐방이었다. 그리고 그 첫 방문지가 바로 최우람의 양재동 지하 작업실이었다. 그러니까 그와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우람은 기자가 되어 처음 취재계획을 세우고 지면에 소개한 작가이기도 하다. 젊은 작가만을 소개하는 꼭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