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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인류 최초의 디자인, 주먹도끼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의 뜻은 ‘두 발로 보행하는 원시인’이다. 이들은 나무와 뼈, 돌 등 다양한 재료로 도구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와 뼈로 만든 도구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돌만 남았다. 그것이 바로 주먹도끼다. 주먹도끼는 1797년 영국 고고학자 존 프레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유형의 주먹도끼가 발견되고 있다. 주먹도끼 덕분에 사람들은 구석기 시대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주먹도끼는 돌로 깨서 만든 타제석기와 정교하게 갈아서 만든 마제석기가 있다. 전자는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고 후자는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다.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오면서 제작 기술이 발달했다. 형태는 대부분 유사하다. 손잡이가 둥글고 끝이 뾰족하며 좌우가 대칭이다. 정성스레 갈아서 만든 마제석기의 경우 대칭성이 더욱 뚜렷하다. 혹시 구석기인들은 ‘대칭’을 의식했을까?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일관된다. 수십만년 전 인류에게 대칭이라는 개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칭을 좋아했다는 증거는 된다.


실제로 우리는 대칭을 많이 의식한다. 요즘도 아름다운 얼굴의 기준으로 대칭성을 강조하고 자동차 등 사물을 만들 때도 대칭이 적용된다. 분배에도 대칭을 의식하는데, 가장 공평하고 공정한 분배는 5:5 대칭이다. 이렇듯 인간은 사물을 만들 때나 행동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대칭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는다. 대칭이 인류가 아름다움을 느낀 최초의 기준이자 형식이라면 주먹도끼는 바로 그 근거이자 증거다.


미술사 맨 앞줄에는 항상 주먹도끼가 등장한다. 주먹도끼는 현대의 스마트폰처럼 만능 도구였다. 구석기인들은 항상 주먹도끼를 지니고 다니며 식물의 뿌리를 캐고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옷감을 다듬었다. 때론 호신용으로도 쓰였는데 작은 것은 창 촉으로 사용되었다. 구석기인들의 무덤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불안하듯 그들도 주먹도끼가 없으면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윤여경 디자인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