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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 너머


Jeroen Toirkens, ‘Nomads Life’ 연작 중 세이미족 소녀, 러시아, 2006



더위 막바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e메일을 받았다. 내년에 다시 올 초복보다 크리스마스가 더 가까운 건 맞다. 이제 산타에게 편지를 부치면 답장을 해준다는 산타 마을도 훨씬 분주해지려나. 이 마을은 라프족이 산다는 라플란드에 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등에 걸쳐 있는 땅이다. 순록을 타고 오로라의 장관을 경험할 수 있는 이국적인 곳. 라플란드라는 이름에는 늘 이런 환상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정작 이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라프족과 라플란드라는 말을 좋아라하지 않는다. 라프족은 ‘꿰맨 옷을 입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바깥 세상 사람들이 붙여준 조롱 섞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세이미족이라 부른다.

순록이 먹을 이끼를 찾아 해안가와 내륙을 오가며 살아가는 세이미족의 유목 방식은 천년 넘도록 변함이 없지만, 유목의 가능성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 가까운 곳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의 영향으로 바닷속 물고기와 순록이 먹을 이끼가 오염돼 버렸다. 게다가 지구가 더워지면서 빙하는 점점 녹아내린다. 싫지만, 세이미족이 아니라 라프족이라 불리며 산타 우체국에서라도 일을 해야만 할 형편이다. 예로엔 토이르켄스는 15년 넘게 전 세계 유목민의 삶을 기록해오고 있다. 그의 사진 속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은 소녀가 배경으로 선 하얀 눈밭은 낭만이 아니라 시린 현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