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랭크, 호보큰에서의 거리 행진, 1955
1950년대 미국은 한없이 풍요로웠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와 함께 경제는 호황이었고, 부의 재분배도 안정적이었다. 덕분에 대다수 미국인들은 조국과 집단에 더 충실한 대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스위스 태생의 유대인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의 눈에 그러한 미국의 모습은 오히려 불온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그는 애초 미국을 동경하는 한편 여전히 뿌리 깊은 유럽의 반유대 정서를 피해 40년대 말 미국으로 이민을 왔던 젊은이였다. 그가 느낀 점진적인 이질감은 1955년부터 3년 동안의 미국 여행을 통해 사진으로 드러났다.
초점은 의도적으로 맞지 않았고, 사람들의 모습은 프레임 밖으로 잘려나가거나 과감하게 생략되었다. 형체를 온전하게 보여주면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좋은 사진이라 여기던 당시의 사진 분위기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불안하고 끈적거리는 사진이었다. 게다가 구겐하임이라는 거대한 미술재단의 후원을 받았음에도 미국을 조롱하고 냉소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괘씸죄는 더 컸다.
이제는 누구도 의심치 않고 현대 사진의 획을 그었다고 평가하는 <미국인들>이라는 사진집이 정작 미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처음 출판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미국 판은 이듬해인 1959년에야 나왔다. 그 시절 스스로를 잃어버린 세대라 부르며 재즈와 술, 약에 절어 살던 비트족의 대표인사 잭 케루악이 서문을 쓰면서 문제적 사진집은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상황을 설명하려 애쓰지 않는 주관적 시선으로 사적다큐멘터리의 포문을 연 로버트 프랭크와 나른하고도 시적인 케루악의 글은 지금도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는 수많은 사진가들을 찌릿하게 한다. 로버트 프랭크의 이 문제적 작업들을 올겨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