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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원의 살랑살랑 미술산책

소설가 박완서와 나목  22일(토요일) 저녁, 뉴욕에서 출장 온 친구를 만나러 시내에 나갔다. 마침 세일기간이라 백화점 주변 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이다. 참고로 친구는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라는 곳에서 다양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www.koreasociety.org) 보통은 전시 준비 차 1년에 한번 정도 혼자 한국을 방문하곤 하는데, 이번엔 다른 직원과 함께였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는 젊은 직원은 이번이 첫 한국방문이라고. 건축 학도답게 한옥을 보고싶어 해서 아쉬운 대로 한옥으로 된 식당에 가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사 후 행선지는 인사동. 이젠 고궁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된 한옥 구경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구나 인사동 역시 '전통문화의 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온갖 종류의 짝퉁이 넘쳐.. 더보기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 미술의 보고(寶庫) 잠깐 넋 놓고 있다 보면, 금새 포스팅 할 시기를 놓치고 만다. 전시 일정이라는 것이 대체로 길지 않고, 또 다른 전시가 계속 이어지다보니 ‘어, 어...’ 하다가 적당한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 이런건 미술 쪽만의 이야기는 아닐텐데, 세상의 '파워 블로거'들은 도대체 얼마나 빠릿빠릿하고 부지런한 분들인건지. 마음 속 깊이 존경심이 일지 않을 수 없다. 블로그 업데이트에 대한 압박에, 소박하게나마 지난 1주일의 행적을 적어보기로 한다. 말 그대로 (나름) 폭풍 업뎃이닷! ⓵ 신라 구법승 혜초를 따라서 16일(일요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영하 17도의 강추위를 뚫고 가면서 ‘움화핫~ 오늘 박물관은 내가 접수한다’고 속으로 뻐겼지만, 이런, 웬걸,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더보기
미술과 미식이 있는 북악산 산책길 새해 소망이 뭔가요?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은? 지난 달 말부터 아마 대여섯 번은 들었을 거다. 글쎄... 가만히 머릿속으로 해야할 일들의 순위를 정하다가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등산을 한다’라는 항목을 넣었다. 헬스장에서 뛰는 것은 답답해서 못하겠고,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않고 살기에는 저질 체력이 염려되는 까닭이다. 쉽게 싫증을 내는 성격을 감안해 오버하지 않고 대략 2시간 안팎의 가벼운 산책코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련한 첫 번째 코스가 삼청공원에서 출발하는 북악산 산책코스! 평소 운동과 담을 쌓은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초급자용 코스라 하겠다. 2시간 정도 열심히 걷다보면 살짝 땀도 나고, 약간의 난코스도 섞여 있어서 (등산하는 분들이 들으면 일제히 콧방귀를 뀌겠지.. 더보기
홍수연 _ 미지의 공간에 대한 탐닉 자꾸만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이 있다. 좀처럼 발걸음을 뗄 수 없고 볼수록 한없이 빨려들어 갈 것만 같은, 그런 그림 말이다. 홍수연의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캔버스 속으로 조용히 흡수되는 것 같은,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홍수연을 알게된 건 대략 2002∼2003년이었던 듯하다. 뉴욕에 사는 한 친구가 "홍수연 씨 알지?" "홍수연 씨 있잖아…"라는 식으로 자꾸 말을 꺼내서 처음 이름을 들었고, 이미 알고 있는 작가라고 착각하기도 했다.(홍지연, 홍지윤, 홍주희 등 비슷한 이름의 작가들이 꽤 있다.) 그러다 친구가 한국에 올 때마다 함께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대개 미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주로 건강유지법 -_-;;) 다소 '아줌마스러운' 관계로 굳어.. 더보기
빛이 머무는 곳, 오지호·오승윤 부자의 아뜰리에 퀴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가의 작업실은 어디일까? · · · · · · · · · 정답은 바로 여기.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275번지에 있는 고(故) 오지호(1905∼1982) 화백의 작업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고(故) 오지호·오승윤 부자의 작업실이다. 왜냐하면 이 작업실은 1953년 오지호 화백이 지었지만 아들 오승윤(1939∼2006)이 물려받아 줄곧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젤 주변에는 오지호·오승윤 부자가 쓰던 색색의 유화물감이 오랜 세월의 더께처럼 남아있다. 파스텔 빛 물감은 아버지 오지호, 조금 진한 색은 아들 오승윤의 것이란다. 사실, 근대 이후 수많은 미술가들이 작업실을 사용했지만, 그들의 사후(死後) 작업실이 온전히 보존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 더보기
찻집 리하쿠(李白)를 아시나요 지난 번 포스팅에 이어서... 일본민예관과 리하쿠(李白)는 별로 멀지 않아서 함께 묶어 다녀올 만하다. 리하쿠는 조금 찾기 어려우니 잘 따라가 보자. 다시 고마바토오다이마에(駒場東大前) 역에서 시모키타자와(下北沢) 역으로 간다. 3분 소요. 시모키타자와에서 오다큐(小田急) 선을 오다하라(小田原) 방향으로 갈아타고 교오도오(経堂) 역으로. 4분 소요. (지금 보니 표지판에 한글로도 표기가 되어 있네요.^^) 교오도오 역에서 표지판을 보고 스즈란도오리(すずらん通り) 쪽으로 건널목을 건넌다. 스즈란도오리 상점가로 들어서서 10분 정도 길을 따라 걷는다. 도쿄 외곽 쪽이어서인지, 도심처럼 복작거리지 않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상점가다. 길 양쪽에 늘어서 있는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앗,.. 더보기
일본민예관 찾아가기 크로스 지킴이 윤민용 기자가 〈필진열전〉에 쓴 ‘오싹한’ 세로드립을 보고 단풍구경 갈 짐을 싸다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쓰고 가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실은 지난 달 말, 잠시 도쿄에 다녀왔다. 목적은 일종의 휴가. 다녀와서 바로 재미있는 글을 올리겠다는 말로 순진한 윤 기자를 안심시키고 ‘튀었다’. 아니, ‘날았다’. 문득 달력을 보니, 다녀온 지 스무날도 더 지났다. 뭐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백수 과로사” 라고, 결코 노느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아니라고 되지도 않는 변명을 해본다. (미안, 미안~) 이번 도쿄 행에서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일본민예관(日本民藝館)과 리하쿠(李白)라는 오래된 찻집. 십 여 년 전부터 벼르던 곳들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 더보기
최우람_기계생명체의 발견자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일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것은. 작가의 작업실은 늘 알 수 없는 비밀에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저 방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당장 문을 밀고 들어가 창작의 비밀을 낱낱이 밝혀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럴 수 없다면 그냥 한번 둘러보기라도 했으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이 탄생되는 건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런 까닭에 처음 미술전문지 기자가 됐을 때 제일 신이 났던 것이 바로 취재를 빙자한 작가의 작업실 탐방이었다. 그리고 그 첫 방문지가 바로 최우람의 양재동 지하 작업실이었다. 그러니까 그와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우람은 기자가 되어 처음 취재계획을 세우고 지면에 소개한 작가이기도 하다. 젊은 작가만을 소개하는 꼭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