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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일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것은.
작가의 작업실은 늘 알 수 없는 비밀에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저 방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당장 문을 밀고 들어가 창작의 비밀을 낱낱이 밝혀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럴 수 없다면 그냥 한번 둘러보기라도 했으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이 탄생되는 건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런 까닭에 처음 미술전문지 기자가 됐을 때 제일 신이 났던 것이 바로 취재를 빙자한 작가의 작업실 탐방이었다. 그리고 그 첫 방문지가 바로 최우람의 양재동 지하 작업실이었다. 그러니까 그와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우람은 기자가 되어 처음 취재계획을 세우고 지면에 소개한 작가이기도 하다. 젊은 작가만을 소개하는 꼭지였는데, 그에겐 비슷한 경력과 나이대의 작가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움직이는 기계 작품’을 만든다는 사실. 당시 유행하던 개념적이거나 인터렉티브한 설치작품도, 전통적인 재료로 만든 조각작품도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라니. 게다가 그 기계는 단지 움직일 뿐만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하나의 ‘의미 있는 생명체’로서 우리 눈앞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나는 조각한 것이 아니다. 대리석 안에 있는 상을 끄집어 낸 것일뿐”이라고 말했다면, 최우람의 경우는 “이것은 원래 우리와 함께 살고있는 생명체다. 내가 ‘발견’했다. 어때, 신기하지?”라고 보여주는 식이다. 이렇게 말이다.




 

도시의 큰 안테나 주변을 떠돌며 송수신 전파를 먹고사는 ‘에코나비고(Echo Navigo)’(사진 위)와 그것을 전시장에 설치한 모습(사진 아래). 아래 사진의 벽에는 에코나비고의 유생 3마리도 보인다. 과연 이 녀석들의 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의심도 버리라는 듯이, 이 ‘기계 생명체’에 정식 학술명칭을 붙이고 그것의 생식분포, 성장과정, 섭식패턴, 종의 분류 등을 마치 박물관의 생물표본 설명서처럼 작성해서 함께 제시한다. 그러니까 작가는 이 기계 생명체의 ‘창조자’라기보다 ‘발견자’이며, ‘기계생명연합연구소’(약칭 U.R.A.M., 그의 이름 URAM과 같다)의 소장님인 셈이다.

예를 들어, 2006년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전시된 녀석의 이름은 ‘어바너스(Urbanus)’다. 학술명은 꽤 길다. ‘Anmopista Volaticus Floris Uram’. -_-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어바너스’는 주로 고도 200m 상공에서 도시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살아가는 놈들이다. 흡수한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하는 꽃 모양의 암컷과 암컷에게 에너지를 받아 활동하는 수컷들, 새끼와 촌충들…. 이 ‘어바너스’ 패밀리를 보고 혹자는 “너희는 어느 별에서 왔니”라고 물을 지도 모르지만, 최우람의 말에 의하면 이것들은 엄연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다. 도시의 에너지를 먹고사는 이 기계생명체들은 보통은 사람의 눈을 피해 기생하지만 ‘고스트 바스터즈’같은 ‘기계생명연합연구소’의 ‘매의 눈’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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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때의 전시 광경을 찍은 동영상이다.(2006.3.10∼5.7) 모리미술관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MAM Project”를 통해 열린 개인전이었는데, 마침 미술관이 빌딩 53층에 위치한 터라 창 너머 도쿄의 야경이 에너지 자장으로 보이며 ‘어바너스’의 존재를 더욱 실감나게 했다. 당시 휴가를 쪼개 전시를 보러 간 나는 긴장과 흥분으로 잔뜩 고조된 그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하 작업실 높이가 2.4m인 탓에 3.5m 크기의 암컷 ‘어바너스’의 날개를 겨우 한쪽만 테스트해 보고 왔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려했던 작품의 설치와 움직임은 성공, 전시도 대성공이었다.    (자료: 작가 제공)


여기까지 듣고 “이 무슨 택도 없는 소리냐”라고 할 사람도 있을 테고, 지금까지 알고 있던 조각의 개념에 혼란이 와서 머리가 아픈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미술작품 대부분은 실은 ‘택도 없는’ 판타지를 그린 상상력의 소산이 아닐지. 꽃의 신 플로라와 서풍의 신 제피로스의 꽃바람에 실려 커다란 조가비를 타고 파도에 떠밀려오는(어디 될 법한 소리인가 말이다) 비너스를 그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온갖 기괴하고 요망한 괴물들로 우글우글한 지옥도를 그린 보쉬의 <쾌락의 동산>,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을 그린 밀레의 <오필리어> 등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다. 모두 우리 눈에 익숙해졌거나 그럴듯해 보이도록 작가가 ‘마법’을 건 것들일 뿐. 이러한 마법이 어떻게 실행되는 지, 그 비밀은 바로 작가의 작업실 속에 숨겨져 있다.



위·연희동 어느 모처, 여느 가정집과 별다를 것 없는 외관의 작업실  /  가운데·작업실 내부 전경. "끼릭~ 끼리릭~" "쉭~ 쉭~" 곳곳에서 녀석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  아래·연구소 작업 모습 도촬. 오는 11월에 있을 국립현대미술관 〈Made in Popland전〉의 작품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다.




현재 최우람은 양재동 지하 작업실을 벗어나 2008년부터 연희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꿈에 그리던 천장이 높은 작업실이다. 첨단 연구소다운 면모도 언뜻 느껴진다. 하지만 '기계생명연합연구소'의 활동이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해지고 점점 더 다양하고 엄청난 기계생명체들을 '발견'해나가고 있는지라 작업실은 금새 포화상태가 될 듯하다. 지하층과 1층 작업실에는 그 존재가 이미 세상에 알려진  ‘Una Lumino’, ‘Jet Hiatus’, ‘Cakra-2552-a’...등 녀석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2층의 연구소는 밤낮을 잊은 소장과 연구원들(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이 새로운 기계생명체를 추적하는 곳이다.

작업실을 찾은 토요일은 최우람 씨만이 나와 작품의 구상에 여념이 없었다. 다른 스텝들은 주 5일제란다. 그는 전날 잠을 설쳤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얼마동안이나 작업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는지 가늠이 안될 정도로 초췌한 모습이었다. 11월에 있을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에 신작을 선보이기 위해 불철주야 작업에 매진한 탓이다. 창작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눈을 반짝이는 필자를 인식했는지, 그는 묻기도 전에 작업과정을 순순히 털어놓았다.

작품의 제작과정은 어느 정도 분업화되어 있지만 상당히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작품의 구상에서 전체적인 모습과 움직임이 결정되기까지는, 스텝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수없이 많은 실험과 수정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그 복잡하고도 심오한 과정이 끝나면, 그 후의 작업은 오히려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컨셉에 맞게 멋진 외형을 완성하는 한편, 움직임을 조정하는 CPU와 모터드라이버, 메모리, 센서 등등이 내장된 작은 PCB(printed circuit board)를 만들고, 그것을 잘 장착하여 실행시키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기계생명체의 모든 비밀이 들어있는 PCB다.



게다가 (쉬잇∼!) 이날 작업실을 엿본 바에 의하면, 그의 작업에는 어떤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도시에 기생하는 기계생명체에 관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이야기는 새로운 ‘신화’를 토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온갖 잡신(?)들을 찾아내는 게 될 것이라는 것. 그야말로 ‘고스트 바스터즈’다. 나 역시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그가 무엇을 보여줄 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것.
두둥~ 개봉박두!





약력
최우람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중앙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명∈숙주〉(1998)를 시작으로, 〈170개의 박스로봇〉(2001), 〈Ultima Mudfox〉(2002), 〈도시에너지〉(MAM프로젝트, 2006) 등 9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제1회 포스코 스틸아트 어워드〉(2006)에서 대상을, 〈오늘의 젊은 미술가상〉(순수미술 부문, 2006), 〈김세중 조각상〉(청년조각 부문, 2009)을 수상. 두산갤러리 뉴욕 레지던시 프로그램(2009)에 참여했다.



작가의 홈페이지 www.ur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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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내쉬빌의 Frist Center for the Visual Arts에서 열린 개인전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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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