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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남자들의 화가



 구스타프 카유보트, 대패질하는 사람들, 1875년, 오르세미술관




인상파 화가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화가 중 하나가 구스타프 카유보트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화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처음부터 화가가 아니라 미술품 콜렉터였기 때문일 것이다. 법학을 전공한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카유보트는 당시로선 드물게 인상파 회화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인상파 화가들의 경제적 후원자인 동시에 그들 그림의 최초 수집가가 되었다.


카유보트는 인상파 화가들의 카페 게르부아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는 처음으로 르누아르의 작품을 구입했고, 이후 피사로, 모네 등의 작품을 사들였다. 이뿐만 아니라 모네에게 작업실을 저렴하게 빌려주기도 했다. 그때 모네의 격려로 취미로 그렸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되었던 것! 그러다가 인상파 전람회에 참여하게 되는데, 아마 그들의 그림을 구매해주는 것에 대한 보상행위였을 가능성이 크다.


카유보트는 1960년대부터 전시와 경매를 통해 서서히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가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그가 작품을 팔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것이 동시대 다른 화가들보다 낮은 지명도를 갖게 한 것일까? 혹시 르누아르의 말처럼 그가 후원자로서 너무 두드러진 행동을 보였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카유보트가 범상치 않은 화가임을 알게 하는 몇몇 매혹적인 작품이 있다. ‘대패질하는 사람들’(1875)은 살롱전의 낙선작인 동시에 입선작이었다. 그는 작가의 작업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대패질을 하고 있는 남자들을 그렸다. 첫해 살롱전에서는 이런 주제가 거의 다뤄진 적이 없는 낯선 작품이었기 때문에 탈락했고, 이듬해 살롱전에서는 오히려 그런 파격성 때문에 수용되었던 것이다.


카유보트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관찰에 근거해 근대생활 속 남성들의 모습을 포토리얼리즘적으로 탁월하게 묘사해냈다. 그는 한번도 눈여겨본 적이 없는 건장한 남자들의 등과 팔의 미적인 형태와 노동의 에너지 그리고 실내와 목재의 질감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조명될 만하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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