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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벗은 남자가 더 아름답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조각상을 꼽으라면? 아마 아폴론일 것이다. 비너스가 아니라 아폴론이라고? 사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는 남성 누드만이 조각의 전형이었다. 비너스 같은 여성 누드상이 등장하려면 한 세기를 더 기다려야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왜 남성 누드만이 대대적으로 성행한 것일까? 남성과 나체에 대한 남다른 생각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남성들이 벌거벗는 일에 대한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전혀 없었다. 그들에게 벌거벗음은 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히 편안하고 자유로운 것, 즉 일종의 문명적인 상태를 의미했다. 그들은 공식적으로 나체가 되기 위해 체육관으로 갔다. 김나지움은 젊은 아테네인에게 나체가 되는 법을 가르쳤던 것이다. 김나지움(체육관)이라는 말이 ‘완전한 나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굼노이(gumnoi)로부터 유래한 것만 보아도, 그 깊은 뜻을 알 것 같다.

미술사가들은 그런 ‘완전한 나체’의 전형으로 ‘벨베데레의 아폴론’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심지어 독일의 미술사가인 J 빙켈만이 고대예술의 최고 이상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렇듯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폴론신이야말로 가장 완벽하게 아름답다는 점을 전혀 의심치 않았다. 아폴론은 태양신이고 정의의 신이었기 때문이다. 아폴론은 태양신으로서 화살을 쏘거나 화살통을 소지한다. 벌거벗음이 그대로 빛나는 태양을 환기시키며, 화살은 또한 ‘빗살’을 상징하는 것이다. 아폴론은 모든 사물이 밝게 빛나게 해주는 신 중의 신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성이며 정의의 신으로서 아폴론의 진면목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아름다움이란 수학적인 것, 즉 비례와 규준과 조화가 잘 들어맞는 것이어야 했다. 아폴론의 육체는 비례의 법칙과 일치했고, 수학적 미의 이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팔등신의 ‘벨베데레의 아폴론’이야말로 정확한 황금비율로 규준이 가장 잘 들어맞는 조각상이 되었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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