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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부활절, 다시 산다는 것


프라 안젤리코, ‘나를 만지지 마라’, 1437~1445년경, 산마르코 미술관 소장(출처 ;경향DB)


부활절 무렵에 방문한 피렌체에서 발견한 숨은 보석은 산마르코 수도원의 프레스코 벽화였다. 도미니크 수도회의 탁발 수사인 프라 안젤리코(Fra는 ‘형제’, Angelico는 ‘천사’란 뜻)의 작품이다. 1436년에서 1445년까지 이곳에 살았던 그는 42개의 독방, 회랑, 회의실, 1층 복도에 자신의 작품 일부를 남겼다. 이 그림은 르네상스 거장의 작품만큼 드라마틱한 감동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은근하고 친근한 것이 보면 볼수록 매혹적이다.

안젤리코가 속해 있는 도미니크 수도회는 설교와 청빈한 삶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전파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두 사용하라는 신의 강령에 따라 일종의 기도의 행위로서 그림을 그렸다. 예수의 부활을 그린 이 그림은 수도사의 소박하고 자그마한 방 벽에 그려져 있다.

일요일 아침 예수의 무덤을 찾아간 막달레나는 그곳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급히 베드로와 요한에게 알린다. 그들은 무덤에 수의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가고, 그녀는 혼자 울고 있었다. 그때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한 예수가 처음으로 그녀 앞에 나타난다. 예수를 알아본 막달레나가 확인하려고 가까이 다가가자 예수는 말한다. ‘나를 만지지 마라(Noli Me Tangere)!’ 이 말은 만져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성숙한 믿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살아난 예수가 가장 먼저 막달레나를 만나고, 열한 명의 사도에게 자신의 부활을 알리는 임무를 맡겼다는 점은 그만큼 그녀가 예수에게 예사롭지 않은 존재였음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후기고딕과 초기 르네상스의 두 시기의 양상이 공존한다. 여전히 은은한 색감과 고졸한 형태가 중세적이라면, 훨씬 더 정확해진 원근법과 사실적인 표현은 르네상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한결같이 온화하고 정감 있는 표정과 자세는 프라 안젤리코만의 개성일 것이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