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아버지와 아버지의


Jonny Briggs, Comfort Object, 2012(출처: 경향DB)



젊은 내가 나이 든 나를 안고 있다. 과거의 내가 어느 날 지금의 나를 찾아와 성모마리아가 그 아들을 품듯이 지그시 안아준다면, 그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까. 나의 모든 지난 행적과 망설임을 알고 있는 나의 과거에는 굳이 용서를 구할 필요도 없이 그냥 흐느끼기만 해도 될 것이다. 어쩌면 가까운 이들에 대한 집착은 이렇게 온전히 나를 이해할 또 다른 분신에 대한 갈증 때문에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와 다르듯이, 그 누구도 내가 될 수는 없다. 우리의 결핍과 외로움과 집착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젊은 작가 조니 브리그는 아버지의 얼굴을 본뜬 탈을 쓴 채 아버지를 안고 있다. 사진 속에서 그는 젊었을 때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그 자신이기도 하며, 스스로 아버지가 된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탈을 쓰고 있는 가짜 인형에 불과하기도 하다. 이 아슬아슬하게 조각난 관계의 진실 게임을 위해 작가는 다섯 차례에 걸쳐 찍은 사진들을 겹쳐 하나의 이미지처럼 보이게 만든다. 작품 제목인 ‘안락한 대상’은 담요나 인형처럼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소유물을 가리키는 심리학적 용어에서 가져왔다. 과연 아버지의 탈을 쓴 아들은 아버지에게 안락한 대상이었을까. 아니면 아버지의 탈을 쓰자 아버지를 좀 더 안락한 대상으로 느끼게 되었을까. 부모의 품이 영원할 수 없음을 알았을 때 아이에게 담요가 사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듯이, 작가는 멀게만 느껴졌던 유년 시절의 아버지를 이렇게 작품 속에서 만나며 영원할 수 없는, 완벽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해 묻는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지난 칼럼===== > 유경희의 아트살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계관에 숨겨진 비밀  (0) 2014.05.30
200년 전의 세월호  (0) 2014.05.25
죽은 동물에 대한 예의  (0) 2014.05.16
삶에 번번이 얻어맞은 얼굴  (0) 2014.05.09
세잔의 아빠생각  (0) 201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