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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애, 오래된 잠수, 2016, 장지에 아크릴릭, 116.7×85㎝


세상에 나오면, 그 다음에는 늙어가는 일만 남는다. 어린 것과 젊은 것과 늙은 것이 공존하는 시간 속에서 세상 모든 것들은 태어난 뒤 줄곧 처음을 경험한다. 이 땅의 시간은 선형적으로 흘러간다. 여기 머물고 있는 존재라면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니, 유사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하면서 늙고 병들고 사라진다. 두꺼비에게 헌집을 주고 새집을 받듯, 늙은 것은 새것에게 자리를 내주고 흐릿해진다.

 

박주애는 과거를 품고 있는 현재의 공간을 서성이면서 ‘폐지를 줍듯’ 늙어가는 것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관찰하는 중이다. 살펴보니, 사람이든 집이든 돌이든 바람이든 사는 것은 다 비슷한 것 같다. 관계는 관계로 이어져 있고, 이것은 저것으로 대치되며, 새것은 그을려졌다. 사라지는 것은 어쩐지 애틋했다. 그것이 나를 둘러싼 보통의 삶이었다.

작가는 추억으로 그을린 풍경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만 품고 사는 침묵하는 노인의 회색 눈빛을 보았다. 그들이 늙어가는 동안 도시에는 젊음이 늙음의 자리에 들어섰다. 할머니의 늙은 집이 어느 순간 담장만 남겨둔 채 지워졌을 때, 작가는 자신의 추억이 절단되는 기분이었다. 기억을 수채 구멍에 콸콸 버리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상실감은 흐릿해졌지만 할머니 집이 있던 동네를 지날 때면 잠겨 있던 추억이 떠올랐다.

 

작가는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세상의 바다 위로 오래된 지붕을 둥실 띄웠다. 인간과 비인간, 문명과 본능의 구분에서 자유로울 것만 같은 반인반수 생명체에게 그 바다를 내주었다. 녹색 식물은 지붕만 남은 오래된 집 주변에 생명의 기운을 채워나갔고 반인반수는 오르락내리락 잠수했다. 

 

그 시간의 바다에는 아직 오래된 것들이 머물고 있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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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