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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연못(The Water-Lily Pond), 1899년, 캔버스에 유채, 88.3×93.1㎝, 런던 내셔널 갤러리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절경에 인간 냄새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란다. 모네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정원을 몹시 사랑해 부인의 안부는 묻지 않고 꽃들의 안녕을 먼저 물었던 모네야말로 평생 아름다운 풍경을 가꾸고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정원을 자신의 눈과 손과 그림 속에 영원히 각인시켰다. 시간과 계절의 추이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원의 모습을 담았는데, 인상주의자답게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탐색했던 것이다.

사실 모네는 쉰이 될 때까지 가난하게 살았다. 그렇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호사취미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여행, 요리, 정원이었다. 그리고 결국 1883년 파리에서 70㎞ 떨어진 시골 지베르니로 이사한 몇 년 후 집을 구입하면서 그렇게 소망하던 정원 가꾸기에 돌입했다.

당시 자포니즘(Japonism·19세기 중반 이후 20세기 초까지 서양 미술 전반에 나타난 일본 미술의 영향과 일본적인 취향 및 일본풍을 즐기고 선호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에 매료되었던 그는 연못 중앙에 아치형의 일본식 다리를 놓아 연못을 건널 수 있게 만들고, 특별히 파리의 일본인 예술품 중개상으로부터 수련을 구해 심었다.

이곳에서 모네는 스스로 “나의 가장 아름다운 걸작”이라 칭했던 ‘수련 연작’을 그리게 된다. 눈이 멀어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조차도 수련들은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으며, 거친 붓질 속에서 여전히 은은한 향기와 건강한 삶을 노래하는 것만 같다.

지난해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정원을 꾸밀 수 있었다. 작약, 옥잠화, 조팝나무, 둥굴레, 석류, 작살나무는 물론 블루베리도 심었다. 돌확으로 된 연못에는 수련도 심었다. 매일 아침 맨발로 뛰어나가 다물어진 연꽃 봉오리를 보았고, 이른 오후에는 활짝 핀 연꽃을 보기 위해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귀가를 서둘렀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눈뜨는 나이가 되었다. 조금은 아프고, 아련하고, 아름다운 이 계절이 참 좋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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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