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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창세기


ⓒIphoto by Sebastiao Salgado/Amazonas images 폴렛 섬과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에 있는 빙산, 2005

세바스티앙 살가두는 움직임이 굵직한 사진가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극한의 노동을 감행하는 ‘노동자’와 전쟁과 기아로 터전을 등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민’ 연작으로 인류에 관한 대서사시를 사진으로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웅장한 구도를 지닌 흑백 사진은 슬픔과 고통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시각적으로 빨려들게 하는 힘이 있다. 이로 인해 비극마저도 너무 아름답게 묘사하는 사진가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그런 그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10년 전쯤 처음 봤다. 당시 그는 인간의 삶의 조건을 넘어 이제는 자연의 위대함을 다루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삐딱한 마음 탓일까. 인간의 고통에서 시작해 자연의 숭고함으로 끝나는 것은 너무 기독교적인 발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필 새 작업의 제목이 ‘창세기’인 것도 그런 심증을 굳히게 했을 것이다. 마침내 그가 8년 동안 공을 들인 이 작업이 국내에서도 전시를 시작했다. 여전히 그의 사진은 스펙터클함이 넘친다. 부러운 것은 살가두 사진의 웅장함이 아니라 살가두가 펼치는 작업의 웅장함이다.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지구의 42%를 찾아 극지방과 밀림 등을 누비며 그는 8년 동안 32차례의 촬영 여행을 감행했다. 10년을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지구력과 예산, 이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적인 힘이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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