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때 보이는 것 어둠이 필요하다. 찬란한 빛이 쏟아내는 정보를 처리하며 세상과의 만남을 앞장서 주선해 온 두 눈의 수고로운 세월은 잠시 뒤로하자. 너무 밝은 빛은 오히려 눈을 가리는 법. 지금은 차라리 이 부지런하고 영민한 시각이 그간 축적해 온 경험을 내세워 판단하고 타협하고 수용할 여지를 줄 수 없을 정도의 어둠이 필요하다. 빛에 취한 망막에 기대고 싶은 그 어떤 가능성마저 온전히 차단당한 어둠 앞에 섰을 때, 동공은 더 크게 열릴 것이다. “어둠은 빛의 부재이나, 빛 없이 어둠을 말할 수 없다.” 빛에 제대로 닿고 싶다면 어둠을 파헤칠 일이다. 도달하고 싶은 세상이 있다면, 차라리 그 반대를 살핀다.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일은 종종 당혹스럽지만, 극과 극은 동전의 앞뒤처럼 닿아 있다. 극에서 극으로 가는 .. 더보기 이전 1 ··· 174 175 176 177 178 179 180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