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과거를 부르는 밤 그런 밤들이 있다. 라디오에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의 목소리가 연이어 흐르는 밤. 짙은 어둠 속에 퍼지는 죽은 자의 노래가 산 자의 입으로 옮아가는 밤. 입술이 더듬은 노랫말에서 오래된 이미지가 쏟아지는 밤. 죽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밤. 과거가 과거를 부르는 밤. 330장의 사진과 67페이지의 문장 그리고 60분의 음악으로 구성된 김주원의 ‘과거가 과거를 부르는 밤’은 죽은 자와 산 자, 말과 이미지, 기억과 과거가 끝말잇기처럼 이어지고 ‘수신되지 않는 신호’처럼 끊어진다. 가령, 첫 조카의 생일축하를 위해 풍선을 매달던 아버지가 다음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조카의 생일을 기념하는 사진은 돌연 죽음을 환기하는 이미지가 된다. 아버지가 숨을 거둔 후에도 풍선에는 그의 숨이 남았을 것이다. 삶과 .. 더보기 이전 1 ··· 315 316 317 318 319 320 321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