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굴 사이에 부엌과 거실로 이어지는 자리에 엄마가 앉아 있다. 엄마의 무릎을 베고 큰아들이 누워 있다. 엄마의 손은 아들의 가슴 위에 살포시 놓여 있고, 두 사람의 단단한 입매가 서로 닮았다. 초점 없는 눈으로 응시하는 엄마의 얼굴에도, 눈을 지그시 감은 아들의 얼굴에도 청량한 빛이 은은하게 감돈다. 사진가 박현성의 ‘찬란’ 시리즈는 어머니와 형의 일상을 따라간다. 꽤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진을 면밀히 바라보면서 연출된 장면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중년의 엄마와 청년의 아들 사이에서 무릎베개가 왠지 흔치 않은 일인 것 같고, 두 얼굴을 감싸는 빛의 기울기가 우연이라 하기엔 절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업이 가족을 향한 기록이기에 앞서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족 사이에 솟아난 공백을 더듬는 몸짓이기에 그렇다. 아버지를.. 더보기 이전 1 ··· 473 474 475 476 477 478 47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