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사각 군데군데 찌그러졌다. 드문드문 빨간 도색도 벗겨졌다. 각질처럼 허옇게 일어난 타이어 표면은 심하게 마모됐다. 둥근 휠 가운데 호랑이 엠블럼은 작지만 눈에 박힌다. 범퍼 밑에는 물먹은 주황빛이 반짝인다.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들여다봐도 왜 찍었는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단서를 찾을 수는 없다. 이처럼 목정욱의 ‘Car’ 연작(2006~2017)은 어떠한 이야기도 담지 않은 파편적인 이미지의 연속으로 이뤄진다. 산산조각 난 앞 유리창, 먼지와 때가 잔뜩 낀 헤드라이트, 절연 테이프로 칭칭 감은 사이드 미러 등이 담긴 사진을 보며 알 수 있는 건, 피사체가 자동차라는 것뿐이다. 작가의 프레이밍은 형태와 색의 윤곽을 선명하게 묘사하지만, 어떤 정보를 제공하거나 설명하지는 않는다. 전체를 가늠할 수 없고, .. 더보기 이전 1 ··· 494 495 496 497 498 499 500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