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동안 흔적만 남은 중앙선 그리고 굵은 금이 간 아스팔트. 그 허름한 2차선 도로에는 사람도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전깃줄에 몸이 뚫린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피처럼 뚝뚝 떨군다. 강홍구의 개인전 (원앤제이갤러리, 9월7~30일)에는 희미한 안개와 함께 사라진 살풍경이 적막하게 펼쳐진다. 10년 전부터 경기 고양시 오금동과 신원리 일대에서 찍은 재개발 풍경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개발 현실을 눈앞에 둔 작가가 그 풍경을 가장 현실적으로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들고도 이미지를 비현실적으로 다룬 점이다. 색과 구도를 뒤틀고, 사진과 사진을 이어 붙이며,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한다. 그의 말처럼 ‘사진을 현실에서 최대한 멀리 떼어 놓는’ 셈이다. 무엇보다 작가가 주목한 안개는 모든 것을 비현실적으로 만든다. 소설.. 더보기 이전 1 ··· 506 507 508 509 510 511 51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