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정식의 ‘고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팔순을 맞이한 그의 사진 세계는 추상 사진을 향한 질문과 답 찾기의 연작이었다. 어떤 대상이 지닌 구체적 지시성을 걷어낸 채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끌어내려는 사진적 시도는 꽤 골칫거리다. 대상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는 기계 이미지가 어떻게 그 자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의 초기 연작 ‘나무’와 ‘발’은 각 대상이 지닌 구체적 형상에서 전혀 다른 형태를 발견하려는 시도였다. 나무는 땅에 뿌리를 댄 식물이 아니라 얼굴로 보이기도 하고 에로틱한 신체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반면에 신체로서의 발은 피부의 질감과 다양한 곡선을 통해 또 다른 신체 기관을 연상시키며 지시성을 탈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전히 하나의 대상에서 다른 형.. 더보기 이전 1 ··· 554 555 556 557 558 559 560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