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타임캡슐 티셔츠의 계절인 여름이 오고 있다. 올해 예순일곱의 수전 바넷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의 뒷모습만 촬영한다. 사진가이면서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녀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낡은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선 건 우연이었다. 어느 날 아프리카 가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지나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강렬해 셔터를 눌렀는데, 사진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 얼굴보다도 훨씬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표정이 제거된 그녀의 뒤태에서는 신체적 특징은 물론 취향과 감각, 시대의 유행까지 모두 드러나 있었다. 티셔츠는 그야말로 거리를 활보하는 변화무쌍한 메시지였던 셈이다. 그 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25개국에서 수천명을 촬영했다. 마치 관광객처럼 보이는 할머니로서의 연륜과 친근함은 어느 거리에서든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더보기 이전 1 ··· 564 565 566 567 568 569 570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