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조선령의 NO Limit: 현대미술과 극단의 실험들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 '나는 가수다' 열풍이 가요계를 넘어 다른 분야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신문 잡지에 배우, 소설가, 발명가에 이르기까지 '나는 -다'란 제목으로 실린 가상 오디션 기사가 심심찮게 눈에 띠는거 보면. '나가수'를 모르면 대화에 끼기 어렵다 싶을 정도다. 신인급도 아니고 기성 가수의 노래에 순위를 매길 수 있느냐는 의문부터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의 문화버전이라는 질타까지 비판도 많았다. 이 지적들이 틀린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가수라는 직업의 본령에 주목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능이 있다. 그러니까 노래부르는 사람을 '가수'라고 부르고 그 능력과 정체성을 한번 되짚어보자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 않느냐는 거다. '나가수'는 언제부터인가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린 듯한 '한 길을 파는 전문인'에.. 더보기 이미지의 파국, 이미지의 힘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80일째. 한동안 방사능 비를 피해야 하니 일본 농수산물을 먹으면 안되니 하더니 언제냐 싶게 비도 맞고 생선도 사먹는다. 플루토늄이 흘러나오고 멜트다운이 일어나도 해는 뜨고 삶은 계속된다. 일본인들의 놀라운 침착함 뒤에 의도적인 침묵과 희생을 강요하는 일본 정부와 일본 문화가 있다는걸 알고 내뱉었던 아연실색의 소감도 이제 점차 무디어진다. 하지만 그건 딴 나라 사람인 우리 이야기고 당사자들에겐 시간이 흘러도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이다. 바다 건너의 시청자에 불과한 내가 텔레비전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외상후 스트레스 중후군에 육박하는 충격을 받았는데 직접 당한 사람들은 어떨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겐 말 꺼내기도 미안한 일이지만 .. 더보기 보이지 않는 풍경들 얼마전 아이패드를 샀다. 기본적으로 작고 가벼운 컴퓨터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 피씨에 없는 여러가지 기능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앱이다. 여러가지 앱 찾아보고 다운받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 중 꽤 유용한 것이 여행정보나 지도 관련 앱이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만 심각한 방향치인 필자에게는 꽤 도움이 된다. 아이패드나 각동 스마트폰 지도앱들의 특징은 실시간 인터랙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중 어떤 앱은 단순히 작동시키기만 해도 현재 위치를 자동적으로 알려준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할머니 같은 소리가 나올법한 기능들이다. GPS 기능이 있는 이런 지도를 쓰면서 필자는 종종 이것은 우리 시대의 독특한 풍경화라는 생각을 한다. 18세기의 네덜란드 풍경화와 19세기 영국 풍경화가 그 시대 문화의 하나의 아이콘이.. 더보기 행동하라, 무언가에 부딪힐 때까지. 지난해 화제가 된 영화 중에 김지운 감독의 가 있었다. 필자는 전작 의 열혈팬이었지만 비위가 약해서 폭력이 난무한다는 이 영화를 끝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잡지들에 실린 논쟁은 열심히 들여다봤는데 찬반 양론이 격심했던 걸로 기억한다. 실제로 영화를 안봤으니 어느 쪽이건 편을 들 수는 없었지만, 영화가 폭력적이고 잔인하다는 비판에는 수긍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현실이 영화보다 더 끔찍하기 때문에" 폭력 묘사가 정당화된다는 시각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옹호론은 사실 자승자박이다. 이 말은 영화가, 아니 예술이 현실에 비해 열등하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폭력이 아무리 끔찍해도 영화는 가짜고 현실은 진짜다. 가짜가 진짜를 이길 수는 없다. "현실의 폭력이 영화보다 .. 더보기 '출발'은 가능한가 여행 초보자는 낯선 곳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여행 고수는 낯선 곳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자는 낯익은 곳에서도 낯설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진정한 낯설음’을 체험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여행정보를 얻으려고 인터넷에 들어가면 너무 많은 자료가 쏟아진다. 물론 여행 자료와 실제 여행은 다른 것이니 자료가 많다는 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많은 자료들, 특히 사진들이 상상의 여지를 축소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장소라서 첫 만남이 중요한 경우에는 더 그렇다. 그래서 필자의 한 친구는 "사진도 스포일러"라면서 인터넷 검색할 때 사진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사진만 빼놓고 검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뿐인가. 텔레비전을.. 더보기 리듬, 혹은 보이는 것 사이의 틈 월드컵이나 유로 같은 큰 경기 할때만 열올리는 냄비 축구팬이지만, 축구를 좋아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축구가 무식한 경기처럼 보여서 관심이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건 아마도 잘 하는 플레이를 본 적이 없어서였던 거 같다. 2002년 월드컵 때 불현듯 축구의 매력을 발견한 후 죽 축구팬을 자처하고 있다.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펼치는 경기에는 한 편의 발레 같은 우아함이 있다. 그것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표현수단인 몸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라 핵심을 꿰뚫는 것 같은 간결함과 깊이를 동반한다. 얼핏 보면 축구는 폭력적이고 무질서해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질서가 작동하고 있다. 더 매력적인 건, 그 질서는 미리 정해진 게 아니라 매순간 실현되면서 드러나는 질서라는 거다. 축구는 .. 더보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발 1000미터의 산을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고 치자. 누군가가,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결과는 0이군"이라고 말한다면 화가 날 것이다. 올라갔다 내려오느라 힘들었는데! 그렇다면 이번에는 선물을 싸들고 누군가에게 갔다고 치자. 선물을 받아야 할 사람이 극구 사양하면서 "마음만 받겠다"라고 딱 잘라 말해서 할 수 없이 그냥 들고 왔다. 이번에도 결과는 0인가? 물리적으로 보면 그렇다. 산에 올라갔다 온 것에 비해 별로 땀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설명하기가 힘들다. 이탈리아 작가 지아니 모티(Gianni Motti)의 작품 에도 비슷한 종류의 아리송함이 있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단순하다.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 더보기 어떻게 '아닌 것'이 '아닌 것이 아닌 것'이 되는가 얼마전 막을 내린 광주 비엔날레. 막시밀리아노 지오니라는 스타 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아서 맥락 풍부한 세련된 전시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서구 미술계의 이른바 '핫한' 스타 작가들이 꽤 참여해서 관심을 끌었는데, 기획자로도 활동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과 올해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서른 네 살의 나이로 대대적인 개인전을 연 독일 작가(정확히 말하면 인도-독일 작가) 티노 세갈(Tino Sehgal)도 그런 작가들이다. 이 두 작가를 특별히 묶어서 거론하는 건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서 두 작가의 작품이 같은 방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산전수전 다 겪은 관객들도 당황시킨 상당히 묘한 매치였다. 우선 이것. 텅 빈 바닥에 티셔츠.. 더보기 빈 공간은 비어있지 않다 경복궁역 근처 원서동에 있는 공간화랑 건물은 붉은 벽돌색 외장재가 멋들어진 곳이다. 이곳이 특이한 것은 내부벽도 붉은 벽돌로 마감돼 있다는 것. 넓지는 않지만 들어서는 순간 운치가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곳에 작품을 설치하는 건 흰 벽의 보통 갤러리보다 훨씬 더 까다롭지만, 성공할 경우 아우라도 더 상승한다. 이곳에는 중견 조각가들의 좋은 개인전들이 많이 개최된다. 올 봄에 열렸던 김기철의 역시 그 중 하나다. 어둑하게 조명이 밝혀진 갤러리에 들어서면 단촐한 비주얼이 펼쳐진다. 정면 깊숙한 곳에 놓여 있는 둥근 원통, 그리고 벽에 걸린 두 개의 직육면체 상자 같은 것들. 나무색의 원통과 직육면체 상자 표면에는 작은 검은색의 사각형과 원형이 보인다. 하지만 그 외에 장소를 차지하고 있는 볼거리는.. 더보기 백남준이 바이올린을 부순 까닭은? 백남준 하면 흔히 미술관이나 대기업 로비에 설치돼 있는 비디오 설치작품을 떠올린다. 여러 대의 모니터가 쌓여 있고 스타카토 같은 영상이 번쩍거리는 그런 작품들 말이다. 미술을 모르는 사람들도 백남준의 이름은 알고, '백남준 스타일'이 이렇다는 건 안다. 그런데 작품을 보고 돌아서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백남준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모르겠다" 유명한 미술가라는 건 알겠는데 작품이 그냥 쉬워 보이고 어떤 점이 대단한지 모르겠다는 거다. "당신이 미술을 모르니까 그렇지!"라고 일축해버리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일단, 업계 비밀(?)을 좀 누설하자면, 실제로 백남준 작품 치고는 범작인 것들이 있다. 어디 있는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런게 없는 건 아니라는 거다. 미켈란젤로나.. 더보기 no limit - prologue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도무지 외우기도 힘들고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이다. 얼마전까지 나도 '아칫파퐁'이라고 알고 있었을 정도. 이 난해한 이름이 얼마전부터 심심찮게 잡지나 인터넷에 등장하고 있다. 등을 만든 태국 영화감독 이름이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대중에게도 알려졌고 얼마전 한국을 방문해서 일간지 인터뷰 기사까지 났다. 정성일씨 같은 영화평론가들 입에나 오르내릴 정도로 극소수 애호가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아트영화 감독이 이 정도면 인기인이 되었다고 할만 하다. 거기다 태국에 대한 이미지까지 바꿨다. 태국 영화라면 같은 액션물이나 같은 공포물 정도를 떠올릴 정도로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낯선 나라였던 태국이 갑자기 이 감독 덕분에 가까이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정작 본인은 이런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