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공연예술분야 지원을 위해 창작 공연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검토한다고 한다. 어려운 공연계 현실에서 이러한 세제 혜택은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창작 공연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근래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창작 공연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산’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 창작 공연이라고 하면 국내 제작자와 국내 작가진(작곡가를 포함한)이 만들고 그 소재는 국내의 이야기 소재여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창작 공연들을 보면 이러한 범주를 벗어난 작품도 많다. 한국의 원작을 가지고 해외 작가진이 만든 공연도 있고, 해외 원작을 토대로 국내 작가들이 만든 작품도 있다. 또한 해외 연출 등이 참여하여 국내 스태프와 해외 스태프가 함께 만들고 있는 작품도 많이 있다.
글로벌 시대에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한 것을 감안한다면 ‘국산’ 창작 공연이라고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국산 제품에도 핵심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외국에 송금하거나 핵심부품을 수입하여 제조하는 제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2014년 세법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_경향DB
이런 제품을 ‘국산’이 아니라고 하기 어렵듯이 공연 또한 ‘국산’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점차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을 통한 부가가치세 면제의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 ‘국산’ 창작 공연에 얽매이지 말고 정책 취지대로 공연계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부가가치세 면제가 공연계의 이득을 10% 올려주는 정책이 아니라 공연계의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그만큼 전체 공연계가 어려운 형편이다. 라이선스이든 창작공연이든 국내 제작진과 출연진이 참석하는 공연이라면 모두 부가세 면제 혜택을 주어 공연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공연계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창작 공연 활성화라는 명분이 희석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국내 공연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창작 공연도 활성화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부가세 면제 혜택이 전체 공연계에 돌아가는 것은 용인될 만하다. 창작 공연의 활성화 정책은 이미 다른 정책적 수단이 있다. 이번 세제 정책은 전체 공연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전체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가 조세형평에 어긋나는 혜택이란 지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이런 혜택은 고려할 만하다.
공연예술분야 부가세 면제 혜택이 전체 공연계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세제 혜택의 범위를 과감하게 넓혀주었으면 한다.
정재엽 예원예술대 미디어예술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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