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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된 사진들

떠나는 시선

잘생기고 유능한 패션 사진가 로맹은 어느 날 갑자기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 그는 주변에 어긋난 관계만 남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연인, 여동생, 아버지 등 모두 그에게 분명 소중한 이들이지만,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조차 털어놓지 못할 만큼 관계가 소원하다. 유일하게 할머니에게만 자신의 상황을 고백한 그는 홀로 담담하고 조용하게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한다.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타임 투 리브>의 한 장면.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타임 투 리브>는 죽음을 앞둔 자의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죽음 앞에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매우 사진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영화는 죽음을 선고받은 후, 콤팩트 카메라로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로맹을 자주 보여준다. 화해하지 못한 연인, 여동생, 아버지 앞에서도 카메라를 드는 그의 모습은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모두 기록하려는 것만 같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그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지 않지만, 계속 죽음을 앞둔 자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로맹은 마지막으로, 유년시절의 기억이 담긴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어린 시절처럼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일광욕과 수영을 한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카메라를 들고 주변 풍경을 알뜰하게 찍는다. 모래사장에 누워 조용히 눈물 한 방울을 흘린 후 눈을 감은 그는 무엇을 바라봤을까? 무엇이 보고 싶었을까? 떠나야 하는 시간 앞에서.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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