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옅은 살색 벽면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가 미묘한 차이로 빛난다. 그 한가운데 알 수 없는 네모난 구멍이 있고, 그 아래에는 왜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는 판이 벽면의 겉과 속을 가로지른다. 색감과 재질로 보아 벽면과 같은 자재로 보인다. 벽면의 겉이 되는 판이 벽면의 속을 침투한 모양새라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구멍을 통해 벽 속에 다양한 자재가 숨겨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얇디얇은 판 하나를 경계로 눈에 보이는 ‘겉’과 보이지 않는 ‘속’이 나뉜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처럼 정지현의 사진 연작 ‘CONSTRUCT’는 건물이 완성된 이후에는 마감재의 표면에 가려 비가시적인 영역으로 감춰지는 건축 자재와 공법 등을 가시화한다. 그동안 건물의 해체 과정에서 신축 현장까지 건축의 생애주기와 도시의 변화를 기록했던 작가는 최근 건축 공정의 신속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얇고 가벼워지는 건축 자재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건축 과정에서 건축물의 일부로 변화하는 자재들을 수집하고 재배치하면서 사진으로 기록했다.
건물의 속살이 드러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거대하고 육중한 건물에는 보이진 않지만 얇고 가벼운 소재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 나아가 하나의 건물이 생성-소멸하듯이 변화하는 도시에서 눈에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 ‘겉과 속’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상상하게 된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