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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된 사진들

로우-컷

로우-컷 #07, 피그먼트 프린트 위에 흰 먹선, 140x180cm, 2018 ⓒ김천수

 

김천수의 사진전 <로우-컷, 로우-패스>(일우스페이스, ~10·2)는 강북의 한 고급아파트를 독특하고 기묘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작가는 개발 당시 갈등과 논란이 빚어졌던 그 아파트를 다양한 거리와 앵글에서 접근했다. 그리고 아파트가 완공되기 이전의 풍경들 또는 설계도와 평면도에서 차용한 아우트라인을 사진 위에 흰색 먹줄로 튕겨 중첩시켰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탐색하려는 문제는 ‘현대 도시의 과밀성’이다.

 

도시는 한정된 공간 안에 다양한 편의 시설과 많은 인구를 집중시키며 발전한다. 고층 건물, 주차 타워, 상업 지역, 역세권 등 또한 효율성의 논리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작은 폭탄이 터져도, 잠시 정전되어도 도시에서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효율을 극대화한 도시 재개발이 심각한 갈등을 낳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효율성이 오작동되는 도시를 디지털 이미징 프로세스와 견준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고해상도의 디지털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이미지는 유령을 닮았다. 사진마다 건물의 형체가 보이지만, 어느 것도 온전한 이미지는 없기 때문이다. 흐릿하거나 휘어진 건물의 형상은 어둡고, 선명하고 곧게 뻗은 실선은 희다. 흐릿하거나 선명하고, 휘어지거나 곧고, 검거나 하얀 대비 속에서 온전히 보이지 않는 유령 건물을 바라볼수록 환시처럼 불길하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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