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은 몹시 가파른 동네다. 수직 비탈에 가까운 이 동네에는 동대문시장에 기생하는 자그마한 봉제 공장이 즐비하다. 옷가지를 싣고 하루에도 수십차례 이 좁은 골목을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뚫고, 그야말로 숨이 턱에 찰 만큼의 깔딱 고개를 지나면 젊은 사진가 둘이 운영하는 ‘지금 여기’라는 실한 전시 공간이 나온다. 힘겹게 이곳에 도착한 누군가가 ‘어쩌다 이런 곳까지’라고 말했다는데, 사실 이유야 뻔하다. 개발이 덜된 이 지역은 젊고 가난한 기획자들에게 월세를 가지고 텃세를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자연의 엄숙함을 동경하는 이들은 산 정상에 오르고, 그 무엇도 아쉬울 것 없는 이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 펜트하우스에서 살지만 사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이들 중에서는 가장 낮고 힘겨운 사람들이 가장 높은 곳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현실은 누군가의 높이를 받쳐주기 위해 다른 이들을 자꾸만 반대편 높은 곳에 오르도록 강요한다. 그렇게 해서 다들 용산 남일당 옥상에, 한진중공업의 크레인에, 밀양의 산에 올랐다. 춥고, 외롭고, 위태로운 그곳에서 내려다본 세상이 가끔은 아름답기도 했을까. 올해 초 쌍용차 공장 굴뚝에 올랐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그런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려와 껴안고 싶은 이들이 있는 세상은 아름다워야만 한다. 그래야 찬바람과 함께하는 나누는 끼니에도 목이 덜 멜 것이므로. 농담에서 시작된 전시 ‘어쩌다 이런 곳까지’는 지난 15년 동안 단 3년 동안만 고공 농성이 없던 우리 사회에서 중력을 거슬러 높은 곳으로 던져지는 수많은 난쟁이들에 대한 진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