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별금당이라고 적힌 장바구니를, 허리에는 포대기를 한 여인이 서 있다. 그 옆에는 예닐곱 살 아이가 영화 <끝없는 사랑>의 포스터 속 키스 장면에 정신이 팔려 있다. 오른쪽에 버스 정류장 표지판인 것 같은 쇠기둥이 보인다.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으로 짐작되는 여인의 얼굴에는 오늘의 고단한 외출이 그대로 묻어 있다.
엄마는 24시간, 경남 마산, 1983년 ⓒ권태균
어디 오늘뿐이었을까. 어제도 내일도 두 아이를 챙기며 생활을 꾸려야 하는 엄마의 무게가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함석판에 붙은 영화 포스터 속 여인의 웃음은 엄마의 검은 얼굴을 더욱 수척하게 만든다. 그 절묘한 대비가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사진가(고 권태균)는 놓치지 않고 화면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결코 영화 제목처럼 ‘나인 투 파이브’할 수 없는, 끝내 퇴근이 없었던 여인의 삶을 사진 제목 ‘엄마는 24시간’으로 간명하게 표현했다.
그럼, 30여 년이 지난 요즘 엄마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노키즈존이 어른 전용 공간을 위한 대책이기보다 이른바 ‘맘충이 방치한 아이들’에 대한 비난으로 작용할 때, 그 안에 아이의 행동거지에 대한 책임이 모두 엄마의 인격으로 연동될 때, 여전히 ‘엄마는 24시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식당에 들어서면 아내와 아이를 나란히 앉힌다. 아이의 밥은 엄마가 챙긴다고 몸에 밴 것이다. ‘엄마는 24시간’일 수밖에 없는 건, 아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장전을 치르기 때문일 것이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