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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의 다리

 

 


살다보면 깨닫는다. 어쩌면 이리도 다를 수가. 부부라면 이 말이 더 절실하고, 친구 혹은 직장 상사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원성원의 ‘자존심의 다리’는 이렇듯 완벽하게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는 부부들에 대한 우화다. 한쪽은 앵무새처럼 차갑기만 하다. 차가워도 보통 차가운 게 아니라 주변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반대로 건너편 곰의 세계는 막 불이 붙기 시작했다. 불같이 화가 나면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성격이다. 상대편의 냉랭함이 오히려 화를 더 키우고 있는 모양이다. 여차하다가는 비닐하우스마저도 태워 버리게 생겼다. 그 둘 사이에는 여러 가지의 다리가 늘어서 있다. 과연 어느 다리로 지나가야 자존심을 잃지 않을까.

 

원성원은 이렇듯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편의 우화를 만들어 내는 작가다. 작품 속에서 활용하는 모든 이미지들, 이를테면 겨울 산이나 다리, 곰이며, 불이며, 꽃까지를 죄다 작가가 손수 촬영한 후 합성한다. 한 가지 사물이라 해도 전체 작품 속 어디에 놓을지 미리 구상을 해서 그에 따라 일일이 각도를 달리해 가면서 촬영한다. 원하는 자료 사진들을 찍기 위해 국내외 원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편의 우화를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자기만의 세계를 사진적으로 창조해 내고 있는 셈이다. 그녀가 만들어 낸 세계에서는 성격이 다른 부부도 살고, 책임감 강한 장남도 살고, 엄마를 잃어버린 7살 소녀도 살고 있다.

 

놀이를 즐기듯, 작가가 찍은 자료 사진들의 형태와 작품 속 등장 개수를 세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더 재미있는 건 이야기의 결말은 늘 열려 있고, 그래서 다양한 후속편에 대한 상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서 과연 자존심의 다리를 건너는 것은 누구일까. 답은 이 작품을 보면서 켕기는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 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