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을 소재로 다룬 영화 <이창>(1954)의 주인공 제프리.
스크롤 스크롤, 클릭 클릭 그리고 핀치투줌(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는 것). 눈과 연동된 손가락은 스마트폰 위에서 분주하지만 유연하게 움직인다. 때로 손가락이 눈보다 더 빨리 반응하기도 한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수많은 이미지들을 훑어보며, 어떤 사진에서 나도 모르게 두 손가락을 벌린다. 그리고 ‘아차!’ 아찔함을 느낀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얼굴 같지 않은 얼굴, 몸뚱이 같지 않은 몸뚱이가 드러났다. 그건 사람이지만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시커먼 형체처럼 보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시신이었다. 그 사진은 세월호 청문회 때 참고인으로 출석한 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공개한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두 손가락으로 집요하게 헤집으며, 나는 과연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도대체 무엇을 더 봐야 했던 걸까. “더, 더, 더”를 외쳐대는 눈과 손가락은 기어코 어디까지 봐야만 그 탐욕스러운 놀림을 멈출 것인가?
며칠 전, 미국프로농구(NBA) 개막전에서 보스턴 셀틱스 소속의 고든 헤이워드가 왼쪽 발목이 완전히 뒤로 꺾이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당시 코트 위에 있던 양팀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고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헤이워드의 고통을 구경하지 않았다. 어떤 선수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그 광경을 보며 두 손가락으로 고통을 벌려 구경한 기억을 부러뜨리고 싶었다.
다리가 부러져 휠체어를 탄 채 망원 렌즈로 이웃집을 훔쳐보던 영화 속 주인공이 떠올라 한없이 부끄러웠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