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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장면을 파악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차근차근 보아도 잘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환과 향, 병풍이 있는 영안실은 왜 난장판이 됐을까. 도대체 무슨 연유로 벽에 구멍까지 뚫린 것일까.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씨의 영안실 벽에 뚫린 구멍, 1991년, 경향신문사

 

1991년 5월7일, 의문사를 당한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영안실에 백골단이 침입했다. 그들은 물대포를 쏘아대며 시신 사수대를 폭행했고, 해머로 벽을 뚫어 시신을 탈취해 강제로 부검했다. 이러한 정보를 얻은 후에도 사진은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 담겼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돌 스타의 자살 그리고 제천 화재 참사를 둘러싼 몇몇 보도를 접하며, 구멍 뚫린 영안실의 풍경이 떠올랐다. 아이돌 스타의 비극적 죽음을 다루는 기사는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고 집요했다. 유서부터 자살 방법, 당일 행적 그리고 심리 상태와 친분 관계까지 모두 낱낱이 공개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공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죽은 이와 유가족을 위한 배려가 없다는 면에서 ‘클릭 장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한편 KTV 국민방송에서는 제천 화재 참사를 홈쇼핑 방송 형식으로 전달했다. 원래부터 ‘홈쇼핑’ 형식의 차용이 해당 방송의 설정이라고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죽음을 둘러싸고 망자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못하는 것만큼 미개한 일은 없다. 한 인간의 죽음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와 방식에는 여전히 깊은 구멍이 뚫려 있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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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