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눈물 땅이 우는 것을 처음 봤다. 요동 하나 없이 가만히 ‘서서’ 분명 울고 있었다(라고 느껴졌다).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나서 모른 척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하염없이 시선을 고정한 채 나 또한 가만히 서 있어야만 했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 허허벌판에 내쳐진 듯 보이는 몰골을 보며 이 땅이 토해내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 한라산 아래 중산간을 이루는 조금 솟은 평지였거나 작은 둔덕이었으나, 최근 개발업자들에 의해 사정없이 파헤쳐지다가 어인 일이지 살아남은 자연 원형의 일부였다. 생긴 모습은 언뜻 소박하게 솟은 작은 봉우리 같았다. 대략 2~3m의 높이로 둘레는 양팔을 벌려 두어 번 돌면 가늠할 만했다. 굉음 속에 마구 깎이고 갉혀나갔을 순간들이 고스란히 눈에 보여서일까. 참으로 처연.. 더보기 이전 1 ··· 121 122 123 124 125 126 12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