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꽃을 틔우는 사람 한 사람이 그가 속한 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해 아스팔트에 앉아 있었다. 또 한 사람인 사진가가 그의 곁에 머물며 서성거렸다. 잠시 숨을 고르던 노동자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딸의 얼굴을 한동안 살펴보았다. 바로 이 순간을 사진가는 놓치지 않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순간. 거친 음성과 구호가 떠다니는 현장에서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이 만나 ‘사람’임을 이루는 시간을 꽃처럼 틔워냈다. 둘 중 하나인 사진가 ‘정기훈’은 늘 남다른 솜씨로 꽃을 틔운다. 머문 자리 자체가 척박하고 처절한 토양일 뿐인데도 탁월하게 틔워낸 그의 꽃들은 예외 없이 경탄스러울 만한 자태를 품는다. 콜텍, KTX, 쌍용차 등 해고노동자의 단식농성장, 광화문 세월호 천막, 일본대사관 그리고 동네 노인들의 쉼터가 된 .. 더보기 이전 1 ··· 126 127 128 129 130 131 13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