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있는 나 한 늙은 사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부인을 찾아온 길. 적막이 흐르는 납골당 안에서 그는 자신을 주목했다. 천천히 카메라를 들어 그대로 셔터를 눌렀다. 과거 군사정권의 대표적 조작사건인 1974년 울릉도 간첩사건 피해자 이사영씨. 무자비한 고문과 15년에 이르는 수감생활로 자기 인생의 대부분을 두려움으로 살아야 했던 그가 거울 속 자신의 형상에서 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대법원의 무죄판결로도 깊게 파인 내면의 상처가 아물지 않더라는 그였다. “더 이상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벽 속에 갇혀 있었던 기억 때문일까. 팔순을 넘긴 초로의 그는 몇 해 전부터 카메라를 들고 몸이 허락하는 한 적극적으로 세상과 조우하기 시작했다... 더보기 이전 1 ··· 135 136 137 138 139 140 141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