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열차가 준 풍경 오랜만에 무궁화 열차를 탔다. 차창 밖으로 흩날리는 눈발이 정겨웠다. 약속된 시간이 빠듯한 탓에 다소 조급한 마음이었는데 널찍한 좌석에 앉는 순간 왠지 편안한 느낌이 쑥 들었다. 가는 시간 동안 겨울 끝자락의 들녘을 눈으로 즐겼다. 지역에 갈 일정이 있으면 예외 없이 고속열차를 타는 일이 잦았다. 시간을 줄이고 줄이는 일상이 늘 되풀이되었고 하루 중 또 다른 일정을 끼워 넣기 바빴다. 그래서일까. 오래되어 낡은 데다 느리기까지 한 무궁화 열차 안에서의 느낌이 생경하면서 반가웠다. 모처럼 얻은 여유를 부리며 잠시 후에 서게 될 ‘자리’를 생각했다. 여러 이유로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어찌 보면 연단에 홀로 서서 불특정한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받거나 생각과 관점을 나누는 자리. 열차의 .. 더보기 이전 1 ··· 272 273 274 275 276 277 278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