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리허설 박준범이 민통선 마을 대피소에서 마주한 장면은 상상과 달랐던 모양이다. 어떤 마을 대피소 안에는 감자만 가득하다던데, 그가 방문한 곳은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추고 있었다. 비상시에는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테지만, 평상시라면 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돕는 역할도 기꺼이 수용하는 다목적 공간인 셈이다. 북한으로부터 언제 날아들지 모를 포탄의 사정거리 안에서 사는 이들에게 위협을 가정하고 대피를 준비할 때 피어나는 ‘공포’의 무게는, 헬스장으로 변신 가능한 대피소의 무게감과 비슷해졌을지도 모른다. 불안감은 지독한 일상이 되어 불안해도 불안하지 않은 경지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북한과의 경계지역에 있는 마을에 북으로부터 위협이 닥치는 긴박한 재난 상황을 가정했다. 재난 시 제일 먼.. 더보기 이전 1 ··· 380 381 382 383 384 385 38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