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가면 모나미 볼펜을 손에 들고 서류를 검토하거나 자를 대고 표를 그리는 모습이 생경하다. 책상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컴퓨터가 없는 사무실의 모습은 어색하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일하는 모습이다. 넥타이를 맨 양복차림에 가면을 쓰고, ‘요구관철’ 구호가 적힌 머리띠까지 한 모습은 이상하다 못해 괴기스럽다. “배격한다! 우리는 횡포 기업주를.” 1971년 한국전력 노조원들이 내건 노동운동 슬로건이었다. 이른바 ‘관료자본주의시대’로 일컬어졌던 박정희 시대에는 기업주들이 관을 등에 업고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횡포를 자행했다. 근로기준법이 존재하면서도 노동자들이 무단해고, 불법 연장노동, 임금체불 등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권력은 ‘경제발전’이라는.. 더보기 이전 1 ··· 384 385 386 387 388 389 390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