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을 위한 기념사진 젊은 남녀가 등장하는 통속적인 영화는 대개 떠들기 마련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디서 첫 키스를 했는지, 언제 사랑이 식기 시작했는지,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 그 시작과 끝을 낱낱이 이야기하기 바쁘다. 그러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시게루와 듣지 못하는 다카코가 등장하기에 대사가 거의 없다. 게다가 감독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대신 곁에서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기로 작정한 것 같다. 함께 서핑보드를 들고 가는 둘의 모습을, 시게루가 서핑하는 동안 해변에 남아 그의 옷을 개는 다카코를, 그녀의 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게루를 떨어져서 보여줄 뿐이다.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시점은,.. 더보기 이전 1 ··· 481 482 483 484 485 486 48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