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시차 어느 작가는 자신의 전시회 때 도슨트 프로그램에 몰래 참여한다. 관객 사이에서 자기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니 왠지 짓궂다. 도슨트 입장에서 원작자를 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건 민망한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발화자(주체)가 아닌 청자(객체)의 위치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건 작가에게 유의미하다. 작품의 의미가 청자에게 어떻게 (오)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슬기의 ‘Sub/Ob-Ject’ 시리즈를 보며 이미지를 둘러싼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교란하거나 역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앞서 말한 작가의 행위가 떠오른다. 기슬기는 외국인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얻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이미지를 제작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 발화와 청취의 시차, 기록과 기억의 격차가 존재한다. 그.. 더보기 이전 1 ··· 490 491 492 493 494 495 49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