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2017년 11월 17일자 지면기사- “얘야, 사진 한 장 찍자”고 했을까, 아니면 “엄마, 사진 찍어요” 했을까?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가을 햇볕이 환해서, 노란 국화가 탐스러워서 카메라 앞에 섰을 것 같다. 사진 찍고 싶을 만큼 햇살이 좋았던, 국화가 예뻤던 그날은 두 사람의 소박한 모습으로 동결된다. 어찌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기념사진이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구석이 있다. 저기 해맑게 웃는 청년이 바로 이한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이한열 열사가 저리도 예쁘게 웃는 아이였단 말인가. 내가 사진으로 기억하는 이한열은 1987년 6월9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이종창에게 부축당한 채 피를 흘리는 모습뿐이다. 그렇기에 단 한.. 더보기 이전 1 ··· 487 488 489 490 491 492 49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