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격조 사석원은 치바이스를 동양화의 ‘넘사벽’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동양화를 막 시작했을 때 그의 화집을 본 사석원은, 따뜻한 시선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생동감을 포착한 표현력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치바이스를 마음의 스승으로 모신 그 역시 살아있는 것들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시, 서, 화, 각 모두를 아우른 치바이스는 일상의 소소한 대상,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 주목했다. 당대 문인화가들은 대상으로 삼지 않던 ‘미물’이었다. 고전과 자연을 스승 삼아 그림을 그렸던 작가에게 대지 위의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가치 있었으니 다른 잣대를 내세우며 소재를 고를 일이 아니었다. 세상을 대하는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선인의 틀에서 벗어난 화면을 구상하기 위해 그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먹색을.. 더보기 이전 1 ··· 511 512 513 514 515 516 51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