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시45분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 쪽빛과 보랏빛이 물먹은 잉크처럼 번진다. 서서히 밤이 내려오는 무렵으로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하늘은 지나치게 환하다. 그제야 주의를 기울여 천천히 사진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낮처럼 보이는 하늘과 밤처럼 보이는 땅의 부조화에서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을 떠올린다. 공존할 수 없는 낮과 밤처럼 사진 속 그림자도 무언가 개운치 않다. 금세 농구대와 철조망 그리고 건물까지 그림자의 방향이 제각각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유영진의 연작사진 ‘Nowhere’ 중의 일부인 이 사진은 다양한 시간대에 촬영한 여러 사진을 한 장으로 조합한 것이다. 작가는 폴란드 그단스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풍경을 일주일 동안 여러 차례 나눠서 촬영했다. 그리고 13시5분, 18시15분 등 각각 촬영된 .. 더보기 이전 1 ··· 533 534 535 536 537 538 53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