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검은 사각형 캔버스 위에 그려진 검정 사각형 하나. 러시아 화가 말레비치가 1915년 ‘검은 사각형’을 발표함으로써 미술은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형태와 색채를 사라지게 만든 이 사각의 절대성을 넘어설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신과 인간 세계에 대한 재현의 강박으로부터 도망치던 서양 회화가 점선면으로 응축되더니, ‘검은 사각형’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회화의 모두 구성 요소를 삼켜버렸다. 그 순간 말레비치의 표현대로 예술은 대상의 멍에로부터 해방되었고, 평면의 캔버스는 한없이 깊은 비가시의 세계로 들어섰다. 덕분에 회화는 존재의 심연까지를 건드리는 숭고한 매체로 변신했다. 여기 또 다른 검은 사각형. 말레비치의 작품 제목 앞에 디지털이라는 수식을 덧보탰다. 공들여 촬영한 휴대.. 더보기 이전 1 ··· 601 602 603 604 605 606 60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