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무, 그 양면성 사진 발명 초기, 혹은 사진을 처음 받아들인 사회에서 사진을 찍으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의심한 일화가 많다. 세계에서 유일한 존재인 내 모습을 복제했다면 그 몸을 따라 영혼도 옮겨간다고 믿었다. 신체는 혼을 담은 껍데기일 뿐이었다. 이제 사진에 대한 태도는 양 갈래다. 눈에 보이는 물성만을 정확하게 재현해낸 차갑고 기계적인 이미지를 두고 생명성을 운운하는 것은 구식이라는 축이 하나.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고유한 분위기와 태도로 인해 사진을 통해서도 탁월한 심리 묘사가 가능하다는 축이 다른 하나. 이현무는 이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조금 비껴간 질문을 던진다. 사진을 찍을 때 생명이 빠져나간다면, 그 분리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을까.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다. 세상과 작별할 때 눈을 감는다고 .. 더보기 이전 1 ··· 603 604 605 606 607 608 60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