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봄꽃은 새초롬하다. 눈얼음 속에서 핀 복수초 같은 꽃은 아주 다부지고 결기까지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눈밭에서 어찌 꽃을 피우겠는가? 그래도 제비꽃이나 진달래꽃은 가녀리고 연약해 보여 어찌 저것들이 그 질긴 겨울을 뚫고 살아나와 꽃을 피웠을까 싶다. ‘너희들이 언제’ 이만큼 커서 꽃을 피웠느냐고 묻기도 전에 꽃은 또 진다. 그의 당찬 기색을 빨리 알아채지 않으면 그들은 가없이 스러지고 만다. 이른 봄에 수선화 한 송이를 방에 들인다는 것은 새봄을 맞이하는 일이다. 나이가 드니 새봄을 맞는다는 일은 몸 전체가 서로의 세포를 건드려주는 일이다. 그 시작이 수선화의 수줍은 향기와 눈빛이 되고 있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도는 시장 바닥 한구석 종이상자 안에서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기다리는 새침한 소녀 같은 수.. 더보기 이전 1 ··· 61 62 63 64 65 66 67 ··· 1042 다음